올 해의 여성대회는 2008년부터 시행될 호주제 폐지를 기념하는 축하 마당이었습니다. 우리가 해냈다는 기쁨으로 축하하면서, 대회와 거리행진을 하였습니다. 특히 어린이들, 남성들도 함께 행진하여 의미가 깊었습니다.
기념사를 통해서, 올 해 여성운동의 방향을 가늠해 보시기 바랍니다.
*** 대회사***
3.8 세계여성의 날을 축하하기 위해 전국에서 달려오신 여러분!
뜨거운 자매애로 사랑과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3월 2일 반세기만에 성차별과 반인권의 상징인 호주제도가 마침내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지난 1997년 제 13회 한국여성대회에서 ‘부모성함께쓰기 선언’을 채택하여 호주제 폐지운동을 시작한 지 꼭 8년이 되었습니다.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폐지되어 더욱 감격스럽습니다.
그동안 호주제 폐지를 비롯하여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폐지하기 위해서 수많은 여성들이 눈물을 흘리고 투쟁해 왔습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 루트거스 광장에서 참정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권리를 외치던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정신은 전세계로 퍼져나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제시대와 해방 후에 잠시 ‘여성의 날’ 기념대회가 열렸고, 본격적으로는 1985년부터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던 여성단체가 연대하여 제 1회 한국여성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21회 한국여성대회에 이르기까지 우리 여성들은 민주· 평등·평화·상생의 봄을 열기위해 독재와 폭력, 차별과 가부장제에 맞서 온몸으로 투쟁해왔습니다.
이제 호주제 폐지를 계기로 여성운동의 한 장을 넘기면서, 21회 한국여성대회에서는 대안사회를 향한 여성운동의 새로운 과제를 선포하고자 합니다.
‘평등가족운동’을 시작하겠습니다. 남자호주로 가족의 계통을 이어가는 가족문화는 크게 변화할 것입니다. 남녀와 세대 구분을 넘어서 가족구성원 간의 민주성과 평등성, 존엄성과 책임성에 기초한 새로운 가족공동체의 가치를 확산시켜 남성은 부양책임자, 여성은 돌봄의 책임자라는 이분법적인 성역할이 사라지고, 부부 공동부양, 돌봄의 가족연대가 새로운 가족문화와 관습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단독가구, 한부모 가족, 재혼가족, 외국인가족, 동거가족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차별받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법·제도·의식 개선에 힘써 나갈 것입니다.
‘나눔운동’을 제안합니다. 일하는 여성의 70% 이상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사회, 부모의 재산이 자녀의 미래를 결정짓는 신종계급사회로 가고 있는 오늘의 한국사회는 불평등의 극대화, 소수를 위한 다수의 불행,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대다수 국민의 소비 구매력이 저하되어 성장 자체가 불가능한 사회를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의 구조화를 통해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므로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합니다. 우선 일자리 나눔과 사회적 일자리 창출,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차별철폐와 권익보호를 위해 나설 것입니다. 또한 나눔운동을 통해 우리는 노동시장의 정상화와 사회보장제도의 확충, 그리고 민주와 평등의 공동체를 확산시키는 일에 앞장서 나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여성들은 보다 나은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강조하고 싶습나다 여성들은 지금까지 직장과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를 지키며 책임져온 주체이자, 갈등의 중재자였습니다. 주위를 한번 살펴보십시오. 여성들은 더이상 누구의 아내, 누나, 어머니, 할머니의 역할로만 살고 있지 않습니다. 가정의 경영자, 일터의 책임자, 지역사회의 지도자, 환경의 지킴이, 평화의 중재자, 평등의 전파자로서 우리 여성들에게 너무나 많은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붙여진 모든 이름값을 해낼 자랑스러운 평등의 힘이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아직은 차가운 3월의 추위를 뚫고 이 자리에 함께 한 여성 여러분, 그리고 이 땅의 여성들을 사랑하는, 이 자리에 와 주신 남성 여러분, 당신들이 희망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창조하는 힘, 바로 여러분들에게 나옵니다. 여러분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평등한 가족, 행복한 나눔, 성평등사회를 향해 다함께 힘내고 전진합시다.
2005년 3월 6일
제 97회 세계여성의 날 기념 21회 한국여성대회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남윤인순, 박영미, 정현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