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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재단 웹진 2024년 4월호] 소중한 연구 성과를 게재할 우수 학술지를 찾는 방법

작성자 : 오승희
조회수 : 253

출처: 한국연구재단

링크: https://cre.nrf.re.kr/bbs/BoardDetail.do?bbsId=BBSMSTR_000000000042



한국연구재단의 건전한 학술생태계 캠페인은 연구 윤리 강화와 투명성 제고를 통해 더욱 신뢰받는 학문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연구자들의 정직한 노력과 청렴한 학문 활동은 대한민국의 학술 문화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주춧돌이 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는 한국연구재단의 건전한 학술생태계 구축 캠페인에 연구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서론

 

연구 성과를 발표할 학술지 선정에 대해 고민하는 신진 연구자를 가정하여 우수 학술지를 찾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드리고자 한다. 논문의 투고 및 출판은 연구자로서 연구 성과를 인정받는 가장 중요한 기회이다. 그러므로 투고할 학술지의 선정 문제는 연구자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역설적으로 부실 학술지에 대한 기준이나 정보는 많이 접할 수 있지만 논문 원고를 어디에 게재하는 것이 적합한지, 또는 안전하고 우수한 학술지 찾는 방법은 어떤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는 “악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마땅히 있어야 할 선함이 없기 때문”이라는 알기 쉬운 논리를 내세웠다. 같은 논리라면, 어두움은 빛이 없기 때문이고, 일명 ‘부실한 학술지’는 ‘학술지로서의 우수성’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어둡지 않다’라는 것이 ‘반드시 밝다’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듯이 ‘부실하지 않다’라고 ‘우수한 학술지’는 아니다. 우리는 우수한 학술지의 빛으로 부실한 학술지의 어두움을 몰아내야 한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부실하고 불량한 학술지를 논하기보다는 학술지로서의 우수성이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얻은 단편적 생각들을 모아 전달하면서 함께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평가에서 활용되는 기준을 참고하여 우수한 학술지를 선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일반론

 

우수한 학술지 개념의 상대성

우수한 학술지와 덜 우수한 학술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우수한 학술지에 논문이 출판되었다고 해서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그렇지 않은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었다고 해서 자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필자는 우수한 학술지라는 개념이 절대적이고 불변의 평가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에는 단호히 반대한다. 그 이유는 우수 학술지라고 지칭되는 곳이라고 해도 그것은 특정 평가 시점의 평가 기준에 대한 선정된 평가자의 견해일 뿐이기 때문이다. 즉 지속으로 게재되는 논문의 품질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우수 학술지가 우수하지 않은 학술지로 변경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우수한 학술지는 연구윤리에 문제가 없는 학술지

연구윤리에 문제가 있는 논문들이 지속해서 게재되는 학술지는 아무래도 우수한 학술지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러분이 투고를 생각하는 학술지를 선정한 후 가장 최근 출판된 원고를 대상으로 논문유사도 검사를 시행해 보면 비교적 객관적 기준의 결과물을 확인하고 당황할 수도 있다.
필자가 편집위원장으로서 관리하는 학술지는 투고자에게 연구윤리 서약과 논문유사도 검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지만, 최종 출판 이전에 일괄적으로 논문유사도 검사를 정밀하게 다시 시행한다. 그 과정이 번거롭기에, ‘다른 학술지의 모든 편집위원장이 사후 검사를 철저히 해서 이를 통과한 논문을 선별하는 작업을 별도로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한다. 객관적 유사도 수치뿐만 아니라, 원고와 비교되는 다른 문헌들과의 논리적 유사성, 즉 창의성 없음도 밝혀야 하는 복잡하고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다시 아날로그식 : 멘토의 조언 듣기

우수 학술지는 상대적이고 변경 가능성 있는 대상이므로 논문을 많이 작성하고 출판해 본 경험이 많은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즉 조언을 줄 수 있는 전문가로부터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 전문가로서는 논문출판 경력이 많은 멘토로서 지도교수, 전공 교수, 선배 연구자 등이 있겠다. 도서관 사서나 논문출판업에 종사한 경력자도 멘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지혜를 보유할 수도 있다. 이러한 조언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만족할 만한 조언을 듣지 못하였다면,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해 실행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최고의 학자가 어디에 논문을 발표하는지 분석하여 학술지 목록을 만든다. 저명한 학자가 특정 학술지에서 발표한 논문이 많다면, 이것은 그 학술지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도 된다.
둘째, 논문의 심사 절차와 기간을 명시적으로 알려주고, 여러 명의 블라인드 동료 심사자가 심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자세하게 피드백해 주는 학술지를 선택한다. 또한 학술지 홈페이지 정보에서 연구윤리 정책과 담당 책임자의 역할이 상세히 기술되었는지도 확인한다.
셋째, 학술지의 영향력 지수(IF)를 조사하는 것도 학술지의 신뢰성을 알아내는 또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영향력 지수는 학술지의 품질에 대한 경쟁 지표이다. 그러나 절대적 기준은 아니니 과신하지 않았으면 한다. 일부 부실 학술지도 객관적 지표는 우수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연구재단이 학술지평가를 통해 등재지 선정과 유지 평가에 사용되는 기준이 있어 이를 적용한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국연구재단 학술지 평가 기준의 활용

 

발행의 규칙성 및 정시성

논문 발행규정에 발행일이 명시되어 있고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학술지가 우수한 학술지이다. 예를 들어 연도마다 발행되는 간격이 변경되는 경우, 발행일마다 포함되는 논문의 숫자가 크게 변동이 있는 경우는 학술지 관리의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는 신호이다. 또한 연구자로서는 학술지의 규정상 발행일과 실제 발행일의 평균오차가 적은 학술지를 선별하는 것이 좋다. 즉 오픈 엑세스 저널의 경우 규정상의 발행일을 지나치지 않고 논문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확인하여 이를 판단할 수 있다.

 

연구윤리 규정 유무

학회 또는 학술지 홈페이지에 연구윤리 규정을 공시하고, 연구윤리 제정일 등을 명시하였으면 우수한 학술지이다. 연구윤리에는 연구자 윤리, 심사자 윤리를 구분하여 게시하고 연구 위반의 경우 처리 절차를 알려준다면 연구윤리에 대한 그 학술지의 확고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투고자의 다양성

특정 기관의 투고자의 수나 비율이 편중되지 않았는지 확인해 본다. 심사자의 소속기관이 다양한 것이 심사의 공정성이나 전문성을 위해 중요한 사항이지만, 현실적으로 투고자 입장에서는 심사위원 구성과 실제 심사수행자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투고자 또는 학회 활동 참가자의 소속기관을 확인함으로써 학회(학술지)의 운영상의 안정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학술지의 기본체계 구축

발행된 학술지의 특정 이슈(권, 호)를 선정한 후 학술지 정보, 발행기관의 설명이 있는지 확인한다. 또한 발행규정에 발행일이 연, 월, 일까지 모두 명시되어 있는지, 학술지 투고규정에 저작권 활용동의 절차 및 권한에 관한 설명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우리가 제품을 구매할 때 상세 설명, 브랜드, 유통기한 등의 정보를 확인하듯이, 학술지의 정보가 출판물에 기재되지 않았다면, 학술지 관리가 양호하지 않다는 의미이므로, 꼼꼼히 투고 전 점검해야 한다.

 

논문 심사의 투명성

게재 논문의 투고(접수), 심사(수정), 게재 확정일자 등의 정보를 논문에 기재하는 것은 심사 과정의 투명성을 알게 해 주는 대표적 정보이다. 심사자의 선정과 심사에 대한 이의제기 방법을 학술지 정보에서 공지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술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심사 과정을 책임지는 편집위원장의 선임과 연임, 임기 등을 홈페이지 정보에서 명시하고 편집심사위원 명단, 편집위원회 관련 규정, 활동 내용을 명시적으로 밝힌 학술지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심사 절차도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출판물의 논문의 구성 (완전성과 가독성)

초록, 각주나 참고문헌, 표나 그림의 표시가 일관성이 있는지 확인해 본다. 즉 초록의 길이가 일정치 않은 경우, 초록 하단의 키워드(주요어)의 갯수나 형식이 일정치 않은 경우, 초록의 언어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 참고문헌의 형식이 특정 스타일을 유지하지 않은 경우로서 예를 들면 따옴표 등의 문장부호나 저자 이름 표기의 일관성이 없는 경우, 각주 표시의 일관성이 없어서 본문 각주와 하단 각주가 혼재되어 있는 경우, 표나 그림의 제목 위치의 일관성이 없거나 출처를 표기하지 않은 경우 등은 문제가 있다. 이외에도 저자 정보의 표기 일관성이 없거나, 출판 논문들의 분량이 지나치게 편차가 큰 경우도 학술지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증거이므로 투고자로서는 주의해야 한다.

 

 

결론

 

우수한 학술지를 찾는 작업은 논문을 작성하는 것만큼이나 연구자에게는 어렵고 중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현재뿐만 아니라 학술지의 과거 전통과 미래의 발전 가능성까지 고려하여야 하는 까다로운 선택이다. 연구자의 성과물로서 논문은 학술지 출판물이 되어 영구히 박제되고 독자들에게 계속 노출된다. 그리고 수록 논문은 학술지의 역사가 되고 학술지의 생명과 함께 존속한다.
우수한 연구자가 본인의 논문을 많이 발표하는 학술지, 학문적 성과가 뛰어난 멘토가 추천하는 학술지 등이 우수한 학술지이다. 그러나 학술지의 명성과 우수한 역량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편집책임자가 바뀌고, 운영진의 능력과 노력이 미달하게 되면 학술지의 질적 우수성은 급격히 변동될 수 있다.
연구자가 안심하고 논문을 제출할 수 있는 곳은 학술지로서의 평가 기준을 대부분 만족하고 약점이 적은 학술지이다. 즉, 기본적인 학술지의 평가 기준을 대부분 충족하였다고 하여 우수한 학술지라고 단정을 지을 수는 없으나 우수 학술지일 가능성은 커진다. 이러한 학술지는 명예와 자존심을 유지하려는 동기부여를 갖고 노력하는 학술지이므로 출판되는 논문 품질의 우수성이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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