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연구자들의 부실의심 학술지 논문 게재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학계는 물론이고 국회와 언론에서도 한국연구재단이 이러한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예방활동을 주도해야 한다는 요구가 큽니다. 그런데 부실의심 학술지 이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학술지가 부실의심 학술지인지를 정해야 하나, 애석하게도 부실의심 학술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개념이 없는 실정입니다. 다만, 투고된 논문들에 대해 모범적으로 동료심사(Peer Review)를 시행하는 일반 학술지와 달리 지나치게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여 동료심사를 부실하게 시행하는 기업형 학술지를 부실의심 학술지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당한 학술지처럼 보이게 하여 순진한 연구자를 속이기 때문에 약탈적 학술지(Predatory Journal)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부실의심 학술지에 투고된 논문들은 일반 학술지에 투고된 논문들에 비해 질적 수준이 낮거나 연구진실성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로 인해 국가연구개발 수행자들이 부실의심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행위는 국가연구개발 성과의 가치를 저하시키고 귀중한 세금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센 실정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무수히 많은 학술지들이 있으나, 이들 학술지에 대해 국제 학술단체들이 공인하는 리스트(white or black list)가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부실의심 학술지 예방활동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호 웹진에서는 우리나라 대학 연구자들이 부실의심 학술지 이슈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고 시사점을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설문조사 개요
연구재단은 매년 ‘대학 교원의 연구윤리 인식수준’ 조사를 통해 대학교원의 연구윤리 전반에 관한 인식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2023년 조사에서는 부실의심 학술지 논문 투고에 대한 연구자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관련 문항을 추가하였습니다. 이번 조사는 2022년도에 한국연구재단 과제를 수행한 대학 교원 33,699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이중 2,822명이 유효한 응답을 제시하였습니다. 이하에서는 전체 설문내용 중 부실의심 학술지 관련 사항에 대해서만 소개하고자 합니다.
※ 동 조사는 대학 교원의 주관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한 조사임
동료 연구자들의 부실의심 학술지 이용 빈도
소속기관 연구자들이 부실의심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는 소위 부적절 행위 발생 빈도와 관련하여, 응답자 72.1%는 소속기관에서 이러한 행위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응답자 6.9%는 이러한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만, 응답자 21.1%는 이러한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 답변한 것으로 보아 실제로 연구자들의 부실의심 학술지 이용 현황은 설문응답 수치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약탈적 학술활동의 성행 수준에 대한 인식
부실의심 학술지 이용 등 소위 ‘약탈적 학술활동의 성행 수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연구자의 47.6%는 이미 심각한 문제이거나 향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응답하였고, 28.7%의 연구자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응답하였습니다. 또 23.7%의 연구자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하였습니다.
부실의심 학술지로부터의 논문 투고 권유 경험
부실의심 학술지들로부터 논문 투고 권유를 받은 경험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있다고 응답한 연구자는 41.1%’, ‘없다고 응답한 연구자는 44.0%’, ‘모른다고 응답한 연구자는 14.9%’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부실의심 학술지들의 주요 마케팅 수단이 이메일인 점을 감안하면, 연구자들은 본인이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논문 투고 요청을 받은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편, 부실의심 학술지들로부터 논문 투고 권유를 받았다고 답변한 연구자 1,161명에게 그렇게 생각하게 된 주요 이유를 물어보자, 연구자 60.0%는 이메일로 논문 투고를 권유받았기 때문이라고 답변하였습니다.
부실의심 학술지 이용이 연구윤리 위반인지에 대한 인식
64.1%의 연구자는 부실의심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는 행위를 연구윤리 위반이라 인식하고 있으나, 22.7% 연구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연령대별 인식 차가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가 연구윤리 위반이라는 응답을 연령대별로 보면 30대(54.9%) → 40대(60.7%) → 50대(72.5%) → 60대 이상(76.7%) 순으로 증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연구경력이 많은 시니어 연구자일수록 연구윤리 위반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연구경력이 적은 주니어 연구자일수록 이러한 인식이 약함을 알 수 있습니다.
부실의심 학술지 이용 방지 수단
연구자들은 부실의심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연구주제와 적합한 학술지인지 검토(89.3%) → 주요 학술지 Index (KCI, SCI, SCOPUS 등) 검색(89.2%) → 동료와 논의(78.2%) → 해당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검토(78.1%) → 편집위원회 구성ㆍ절차 검토(65.9%) →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SAFE) 검색(56.8%)’등의 순서로 노력을 기울인다고 답변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열거된 하나의 방법만으로 부실의심 학술지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으므로 본인이 충분히 알지 못하는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려는 경우는 다각도로 해당 학술지의 부실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결론 및 시사점
설문 조사결과에 따르면 연구자 64.1%는 부실의심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는 행위를 연구윤리 위반으로 인식하고 있고, 6.9%의 연구자는 이러한 행위가 주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실의심 학술지 예방을 위해 대다수 연구자들은 논문 투고 전 해당 학술지가 연구주제에 적합한 학술지인지 검토하거나 주요 학술지 Index (KCI, SCI, SCOPUS 등)에 해당 학술지가 등재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주요 학술지 Index에 등재되어 있는 학술지들조차도 부실의심 논쟁에 휩싸여 있는 경우가 있어 연구 성과 발표를 위한 학술지 선택 시 특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또, 이번 조사를 통해 시니어 연구자에 비해 주니어 연구자의 부실의심 학술지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젊은 연구자들에 대한 출판윤리 교육 활성화 방안 모색이 시급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제 학술단체들이 공인하는 부실의심 학술지 리스트가 없는 상태에서, 많은 학술지들이 부실 논쟁에 휘말려 있거나 실제로 학술지 운영(특히 Peer Review)을 부실하게 하는 경우가 빈번하여 연구계의 골치 거리가 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명확한 방지대책이 없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부실의심 학술지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슈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연구문화를 바꾸고 학술생태계를 혁신해야 해결할 수 있는 과제입니다.
2022년 4월에 실시하였던 연구자 인식조사에서 연구자들은 부실의심 학술지 이용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연구자들의 인식부족(23.8%)과 계량중심의 연구업적평가(23.7%)를 지목하였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재단은 2022년 8월부터 『건전한 학술생태계 구축 캠페인』을 준비하였고,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캠페인 활동을 추진하였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내년에도 이 캠페인을 지속하여 우리나라의 연구문화를 성숙시키고 “학술ㆍ연구의 생태계 혁신을 이끄는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의 『건전한 학술생태계 구축 캠페인』 주요 내용]
①연구계의 주의를 촉구하는 재단 이사장의 캠페인 서신 발송 (2023.3)
- 공문/이메일/홈페이지 등으로 전국의 연구자 및 연구기관에 발송
②부실학술지 예방을 위해 학술단체들과 협력을 추진
- 과총, 의학한림원 등과 부실학술지 예방 포럼 개최 (2023.9-10)
- 학회에 캠페인 참여 동참 요청 [재단 KCI 등록 4,127개 학회] (2023.8)
③재단 웹진을 통해 부실학술지 예방 캠페인 지속 (2023.3부터 매월 실시)
④부실의심 학술지 이용예방 교육 콘텐츠(책자, 동영상) 보급 (2023.5)
⑤부실학술지 이용 관련 근본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관리 제도 개선
- 재단 사업의 ①시행계획 및 ②신청요강, ④협약 등에 부실학술활동 예방을 위한 권고사항 반영(’23.상∼)
- 게재를 부추기는 정량 중심의 현행 평가제도(선정·단계·최종 평가)를 정성평가 중심으로 개선 추진